“건국대는 삶의 터전이고, 저에게는 울타리 같은 곳이에요”,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캠퍼스 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애쓰는 교내 청소.관리직 분들게 항상 미안하고 빚진 마음이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는 7일 정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건국대학교 새천년기념관에서는 교수,
교직원, 교내 청소노동자, 경비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점심을 같이 했다. 유왕진 교수 등 3명의 교수와
환경미화원, 경비, 건물관리직 직원 20명은 서로 덕담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날 모임은 최근 건국대 유왕진, 이철규, 문정범 교수가 공동 저서 ‘
리더십으로 무장하라’를 출간하고 받은 인세 수익 전액을 ‘교내 청소 관리직 복지사랑기금’으로 기부한 데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유왕진 교수는 “청소.관리직
선생님들을 보면 항상 미안합니다. 선생님들이 계셔서 학교가 전국에서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캠퍼스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라고 청소노동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에 유 교수 옆자리에 앉아있던 건국대 청소 노동자 이병삼씨는 “교수님 덕분에 저희 복지가 많이 향상됐다”며 “건국대 일원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일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점심식사 내내 서로의 덕담은 이어졌다. 교수들은 “간혹 연구실에 몰래
음료수 놔두고 가시는 걸 본 적 있다”며 “사실 저희 교수들이 관리직 선생님들을 보며 더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다”라고 전했다.
비정규직에 손해배상 청구하는 홍익대, 청소노동자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건국대홍익대가 청소노동자들에게 파업으로 인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걸어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것과 반대로 건국대에서는 청소.관리직과 교내 구성원들이 아름다운 소통과 상생을 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건국대의 구성원들은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관리직 선생님'이라 지칭한다. 건국대의 청소.경비 관리직들은 교내 총무과 소속 정규직 직원들이기 때문. 대다수의 대학들이 청소.경비직에 비정규직 용역을 사용하며 낮은 임금을 통해 주고 있지만, 건국대에서는 청소 노동자들의 80%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국대 교내 관리직들은 여타 대학과 관공서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2~3배가량 많은 200~300만원 사이의 임금을 받고 있다. 또 이들의 휴식공간에는 1인 1사물함, 각종
편의시설들이 마련돼 있다.
건국대 청소노동자 김희식씨는 “다른 학교들의 이야기를 올해 많이 보았다”며 “그러나 건국대는 우리를 한 가족으로 받아주고,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 같은 마음에 구성원으로써 건대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도록 더 열심히 맡은 구역 청소를 한다”며 “퇴근하고 가는길에 길가에 혹 쓰레기라도 보이면 마음이 불편해 재빨리 뛰어가 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함께 있던 이창순씨는 “건국대는 우리의 울타리”라며 “가족으로 받아주는 것 같아서 너무나 힘이 나고 학생들 역시 ‘수고하십니다’ 등의 말을 건넨다"면서 "경희대, 연세대에서 학생들이 청소부들에게 욕을 했다는 이야기를 접했는데, 건국대 구성원들은 정말 훌륭한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교수들과 교직원들도 교내 청소.관리 노동자들을 건국대 일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유왕권 교수는 “항상
어머님, 아버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라며 “앞으로도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건국대를 최고의 대학으로 만드는데 함께 가자”라고 말했다.
이어 유 교수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전문성, 창의성, 인성 등 세 가지”라며 “이중 인성은 학생들이 스스로 전문성을 가지고 창의성을 키우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가장 근본이 되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학에서 전문성과 창의성 못지않게 실제 생활 속에서 인성을 배양하는 것이 학생들의 미래에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건국대 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함께 살고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키는 교육이 확산돼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국대 관계자는 “관리직 선생님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면서 서비스의 질과 성과 자체가 여타 대학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청소.관리직 분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은 “교육기관인 건국대에서 소통과 연대, ‘함께살자’를 앞장서서 실천하는 것은 너무나도 바람직한 현상이고, 또 여타 대학들의 수준에 비해 앞서나가는 것”이라며 “학생들의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분명 더 나은 성과가 나타날 것이며, 공기업과
정부기관, 대학기관들이 건국대의 사례가 확산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앞장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